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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 시인 詩心 世界■···익어가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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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207
  • 2026.10.30 19:38
▲ 하늘시인 이영하
 
 
 
익어가는 가을
 
 
(시인 이영하)
 
 
나뭇잎 하나가 초록을 내려놓았다.
어제까지 같은 나무였는데
오늘은 노랑 한 장을 달고 있다.
며칠 지나면
그 자리에는 붉은 얼룩이 번지고
바람 한 번에
땅으로 내려올 것이다.
 
나는 가을을 보며
사람의 얼굴을 생각한다.
젊은 날의 얼굴에는
숨기고 싶은 것이 많았다.
세월이 지나면 주름 하나에도
살아온 방향이 찍힌다.
상처를 감춘 자리에는
남을 알아보는 눈이 생기고
넘어진 자리에는
다른 사람의 팔을 붙잡는 힘이 남는다.
 
나무는 잎을 떨구면서 색을 깊게 한다.
사람도 늙어 가며 덜어 낸 자리에서
자기 빛을 드러내는지 모른다.
나도 오늘 한 가지 욕심을 내려놓는다.
 
 
 
(시작 노트)
 
‘익어가는 가을’을 인생 후반부의 성숙과 연결하되, 흔히 쓰이는 ‘가을은 인생이다’라는 직접적인 비유는 피했습니다. 대신 초록에서 노랑으로, 노랑에서 붉음으로 변하는 잎의 실제 모습을 따라가며 사람의 얼굴과 삶의 흔적을 겹쳐 보았습니다. 특히 주름과 상처를 결핍으로 보지 않고 타인을 이해하는 감각과 손의 힘으로 전환했습니다.
 
마지막에는 거창한 깨달음 대신 ‘한 가지 욕심을 내려놓는’ 구체적인 행위로 끝내 삶의 익어감을 보여 주고자 했습니다.
 
 
〔mailnews7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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